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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속에 살아 숨쉰 과거의 놀이문화 [04-05-21]
오경림
2004.05.21
2615

▲과거의 놀이문화

고대 원시사회에서는 공동노동에 기초한 생활이었기에 생활과 놀이가 일치되어 있었다. 삶이 놀이였다. 놀이는 노동에서 오는 피로, 인간끼리의 갈등, 자연의 두려움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일과 함께 하였다. 봉건제로 대표되는 조선시대 초기에는 ‘국중 수륙제󰡑라 하여 왕이 친히 온 백성과 축제를 벌였다. 그러나 후기에는 반상에 따라 놀이를 달리하는가 하면 대동놀이와 같은 대중 집회를 통제하기에 이른다. 이와 같은 시대를 󰡒놀이의 통제시대󰡓라 한다. 생산력의 발전은 봉건제를 타파하고 자본제라는 경제구조로 발전한다. 자본제는 자본가에 의한 생산수단의 독점과 노동력을 팔아 살아가는 노동자라는 기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자본제에서 자본가는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노동자의 놀이 기회를 강제로 제한하거나 심지어 전래하는 명절까지도 생산일정에 따라 자리바꿈 하거나 무시해 버린다. 놀이를 제공하는 경우도 대량으로 생산된 상품을 판매하기 위하여 노동자의 놀이를 소비적인 방향으로 유도한다. 이 시대에 만들어진 대표적인 놀이문화가 레크리에이션 문화이다. 이것은 짧은 시간에 효과적으로 피로를 제거하는 방안으로 지도자 중심의 레크리에이션이 발전된 것이다. 집권자들은 국민의 정치적 무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대중매체를 이용하여 의도적으로 놀이를 조작한다. 오늘날의 자본제 시대, 이 시기를 󰡒놀이 조작시대󰡓라고 한다.


▲한국적 상황의 놀이문화 역사

한국적 상황에서 놀이의 역사를 살펴보자면 일제의 강점기를 빼놓을 수 없다. 일제는 무력을 동원해 우리 민중들의 공동놀이를 탄압하였다. 편싸움과 장치기 등의 패놀이가 벌어졌을 때에는 일경들이 총칼로 막을 수 없어 대포를 쏘아 해산시킬 정도였다고 한다. 심지어 1937년 중·일전쟁때에는 비상시기라는 미명아래 민중대회를 금지시켰다. 이 때는 “놀이 탄압시대󰡓 라고 할 수 있다. 일제의 놀이잔재가 청산되지 않은 가운데 미군들을 통해 들어온 서구의 저속한 놀이들이 상업주의와 영합하여 󰡒놀이 모방시대, 놀이 상품화시대󰡓를 연다. 디스코장, 텔레비전의 프로야구 등 각종 스포츠 중계, 전자오락기기의 범람 등으로 표현되는데 그 청산은 요원하고 오히려 집권자들에 의해 조장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나라는 전통적으로 ‘놀이󰡑라는 낱말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살아왔다. 󰡐놀아난다󰡑, 󰡐놀고 먹는다󰡑 등의 말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놀이󰡑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나 현대에는 󰡐놀이󰡑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현대 사회는 날로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경제적인 풍요와 함께 여가 시간이 늘었다. 현대인들 중 어떤 사람들은 늘어난 여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여 여간 시간을 부정적인 방법으로 탕진하는 경우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거 역사를 통해서도 󰡐놀이󰡑를 잘못 사용하여 큰 화를 당했던 로마의 원형 극장, 끝없는 환락을 추구하다가 화산에 묻힌 폼페이의 경우 등의 󰡐놀이󰡑는 잘 활용하면 우리에게 활력과 재충전의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아니하면 파멸의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놀이󰡑 문화의 실정은 어떤가? 혼자 있으면 비디오를 보고, 둘이 있으면 술을 먹고, 셋이 있으면 고스톱을 치는 것이 일반화 되었다. 이것은 산업 혁명 이후 몇 세기 동안 점진적으로 경제가 발전함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형성되었던 서구의 선진국들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단시일 내에 경제성장을 이루는 과정 중에 여가를 즐기는 문화가 제대로 개발, 발전, 정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급진적인 경제 성장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게 된 지금, 󰡐놀이󰡑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정립해야 할 때이다.


▲정보화 시대의 놀이문화

정보화 사회로 넘어오면서 젊은이들의 놀이도 만화방에서 전자오락실로 놀이공간과 시설이 바뀌었는데, 최근에는 컴퓨터의 보급과 오락 프로그램의 공급으로 컴퓨터 오락과 PC 통신을 이용한 놀이가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만화방에서 일본 만화를 즐기다가 이제는 컴퓨터를 통해 일본 게임을 즐기게 된 것이다. 놀이매체는 만화에서 오디오와 비디오, 컴퓨터와 같은 전자매체로 바뀌었지만, 놀이의 내용은 일본을 거쳐 들어오는 서구적 상업주의 문화라는 점에서 변함없다. 컴퓨터의 보급과 함께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공간의 가상 놀이 문화는 더욱 드세질 전망이다.
이렇게 달라진 놀이문화에 대해 주자영(경영 99)양은 “자기세계에 갇혀서 살아가는 것 같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개인주의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라고 얘기해 현대 놀이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켰다. 반면에 이해영(행정학과)교수는 󰡒정보화라는 것은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피해갈 수 없다󰡓며 󰡒그 속에서 수단과 도구에 의존하지 않고 인간관계를 넓힐 수 있는 놀이문화를 개발해야 할 것이다󰡓 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산업사회 놀이문화는 놀이의 주체인 인간을 놀이로부터 소외시키고 놀이를 상품으로 개발하려는 사업 수완만 자극하거나 아니면 돈으로 놀이를 구매하여 소비하는데 골몰하게 만든다. 놀이의 생산과 소비만 있을뿐 놀이의 진정한 향유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놀이를 통해 심신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경제적 소비를 조장할 것이 아니라, 일로부터 몸과 마음을 해방시키고 심신을 수련하여 보다 생동감 넘치는 삶을 준비하는 대안적 놀이문화가 새로 창출되어야 한다.


▲오늘날의 놀이문화

오늘의 놀이 현실을 제대로 포착한 사람들은 놀이는 있되, 놀이문화는 없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놀이는 있는데 놀이문화는 있지 않을 수 있는가? “법은 있되 법문화는 없다󰡓고 하는 말을 통해서 놀이와 놀이문화의 관계를 재인식할 수 있다. 법의 유무와 법문화의 유무는 다른 맥락에 있다. 문자가 없는 토착종족들 가운데에는 특별한 법이 없지만 법문화는 있어서 공동체 생활을 질서 있고 도덕적인 가운데 원만하게 유지시킨다. 그러나 문명국가 가운데에는 지켜야 할 법은 법전 속에 수두룩하면서도 법문화가 없는 경우가 있다. 정해진 법을 지키려는 준법의식보다는 법을 악용하거나 법의 헛점을 이용해서 탈법과 범법을 일삼는 풍토가 널리 조성되어 있는 사회는 곧 법은 있되 법문화가 없는 사회이다. 법문화 없는 사회에서는 일부 특권층의 초법적인 행위와 탈법적인 횡포가 공공연히 묵인된다. 그러므로 법이 있고 없음보다 법문화의 있고 없음이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셈이다.
놀이와 놀이문화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놀이가 아무리 많아도 놀이문화가 없다면 그것은 법은 있되 법문화가 없는 사회처럼 건강하지 못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도 놀이는 많다. 이전보다 놀이 종류나 놀이터, 놀이기회는 더욱 많아졌다. 우리 주변 곳곳에 놀이터가 있고 각종 유흥장이 있으며 다양한 놀이상품들이 널려있다. 전통사회에서는 꿈도 꾸지 못할 놀이들이 현대에서는 장사꾼들에 의해 상품화되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놀이문화가 없다는 것은 무슨 말인가. 놀이문화는 놀이의 가짓수나 놀이의 기회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놀이가 많고 놀이산업이 발달했다 하더라도 놀이의 본디 뜻과 기능에 맞게 건강한 놀이를 바람직하게 향유하는 사회가 아니라면 그 사회는 놀이는 있되 놀이문화는 없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에는 놀이의 본디 정신과 놀이의 실제적 구실을 구현하는 문화적 체계가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말이다. 즉 놀이 역시 놀이가 있고 없음보다 놀이문화의 있고 없음, 또는 놀이문화의 건강성 여부가 더욱 문제이다.


▲건강한 놀이문화의 육성

건강한 놀이문화는 놀이의 본질에 입각해서 진정으로 놀이를 누릴 수 있을 때 형성된다. 놀이의 본질은 참여의 자발성과 즐김의 자유로움, 그리고 자격의 평등성에 있다. 따라서 놀이가 강제된 힘에 의해 타율적으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이미 놀이가 아니라 고역이다. 여가를 즐기는 ‘놀이󰡑는 󰡐놀이를 위한 놀이󰡑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격무에 시달리는 현대인의 생활에 변화와 활력을 제공하는 재창조(Re-creation)가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연날리기, 제기차기, 팽이치기, 술래잡기 등의 옛 조상들의 󰡐놀이󰡑문화는 동적이면서도 자연과 친화되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늘날의 개인적이면서도, 낭비적인 면이 지나친 󰡐놀이󰡑 문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조상들의 󰡐놀이󰡑는 좋은 예가 된다.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도시 속에서 벗어나 조상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최고의 선물인 대한(大韓)을 즐기는 것이 최고의 여가 선용 󰡐놀이󰡑가 될 것이다.

이재훈·이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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